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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시라이프

명절이면 가족들이 모여 술을 곁들인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평소 혈당이나 혈압 등을 관리하기 위해 음주를 자제하던 만성질환자들도 이럴 때는 술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울 수 있다. 사실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면 딱 한 잔의 술이라도 몸에 큰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아예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다. 그럼에도 불가피하게 술을 마셔야만 한다면, 어떻게 마셔야 건강을 덜 해칠 수 있는지 알아보자.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면 음주 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출처: 게티이미지뱅크만성질환을 앓고 있다면 음주 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당뇨병: 저혈당 주의하고 식품교환표 활용해야
간은 인슐린을 분비해 혈당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관이다. 그런데 술을 통해 섭취한 알코올 또한 간에서 분해되기 때문에, 음주로 인해 간 기능이 떨어지면 혈당이 급격하게 변동할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조절되지 않는 당뇨병 환자의 경우, 알코올 섭취로 인한 저혈당이나 고혈당 위험이 매우 높아지기 때문에 절대 금주하는 것이 원칙이다.

평상시 혈당을 잘 조절하던 있는 환자라고 해도, 음주 시에는 주의사항을 더욱 철저하게 지켜야 한다. 우선 술을 마시기 전에는 반드시 식사를 해야 한다. 공복 상태에서 술을 마시면 알코올이 더 빠르게 흡수되어 혈당이 급격하게 떨어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술에 취하면 두통이나 식은땀 등의 저혈당 증상을 인지하기 어려워지면서 저혈당이 더욱 심하게 진행될 수 있고, 의식저하나 발작, 쇼크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한 잔이라도 마신 후에는 지속적으로 혈당을 모니터링하고, 술을 마신 다음 날까지도 혈당 변화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음주 시 곁들이는 안주는 열량이 낮고 당분과 기름기가 적은 것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채소류나 살코기 위주로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술은 최대 1~2잔으로 제한해야 하며, 알코올 함량이나 술의 종류에 따라서도 섭취량을 조절해야 한다. 이때 식품교환표를 확인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소주나 위스키 등의 증류주는 지방군과 교환하고, 맥주나 와인 등 발효주는 곡류군과 교환하는 방식으로 안주나 식사를 선택하면 된다.

고혈압: 혈압과 체중 따라 섭취량 조절 필요
고혈압 환자의 경우, 술을 마시는 동안 일시적으로 혈압이 약간 떨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알코올이 혈관을 일시적으로 확장시키는 작용을 해 평소보다 혈압이 낮아지는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혈압을 높이는 반동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오히려 혈압이 급격하게 상승하게 된다. 이렇게 혈압이 급속도로 높아지는 경우, 심하면 뇌졸중이나 심장마비와 같은 중대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도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대한고혈압학회 또한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 환자는 뇌졸중 등의 합병증 위험이 높기 때문에 반드시 금주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혈압이 아주 잘 조절되는 환자라면 남자는 하루 20~30g, 여성은 하루 10~20g 미만으로 알코올을 섭취할 수 있다. 이는 맥주를 기준으로 1병 이하, 와인은 1잔 이하, 소주는 2~3잔 이하에 해당한다. 만약 체중이 낮은 편이라면 알코올 감수성이 높기 때문에 이보다 절반 이하로만 마시는 것이 좋다.

술을 마실 때는 혈압약 복용에도 주의해야 한다. 간에서 약물과 알코올을 동시에 분해하다 보면 간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어서다. 또 술을 마신 상태에서는 혈압약에 대한 저항성도 높아지기 때문에 혈압 조절이 평소처럼 잘되지 않을 수 있다. 이럴 경우 약 복용 시간이나 음주 시간을 조정해야 하는데, 가급적 약을 일정한 시간에 복용하고 술을 마시는 시간을 조정하는 것이 좋다. 약 복용 후 30분에서 2시간 사이에 혈중 약물 농도가 가장 높기 때문에, 이때는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아울러 음주 후에는 혈압을 자주 측정해 보고, 혈압이 너무 떨어지거나 과도하게 오르지는 않는지 충분히 관찰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상지질혈증: 지방과 탄수화물 안주 섭취 주의해야
술은 간에서 지방 합성을 촉진하기 때문에, 중성지방 수치를 높이는 주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안주로 기름진 음식이나 탄수화물 위주의 안주를 곁들이는 경우 중성지방 수치가 더욱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이상지질혈증 환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그래서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는 이상지질혈증 환자의 경우 가급적 금주할 것을 권하며, 마시더라도 하루 1~2잔 이내로만 마실 것을 강조한다. 안주를 먹을 때는 탄수화물이나 포화지방산 함량이 높은 식품보다는 수분과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류나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 등 푸른 생선 등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고혈압 약물과 마찬가지로, 이상지질혈증 치료제인 스타틴 계열의 약물을 먹는 경우에도 간에 무리가 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스타틴 자체가 간에서의 콜레스테롤 합성을 막는 약물인데, 여기에 술까지 마시게 되면 간 기능이 더욱 저하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약은 시간에 맞춰 복용하고, 복용 직후에는 가능한 음주를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약을 먹은 시간과 음주 시간 사이에는 2시간 이상 충분한 간격을 두는 것이 좋으며 불편한 증상이 있다면 즉시 병원으로 가 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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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진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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