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다. 불면증은 인구의 1/3정도가 호소할 정도로 흔한 증상이다. 나는 임상적으로 불면증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못 자는 것, 그리고 안 자는 것.
엄밀히 말하자면, 안자는 것은 불면증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내 선택으로 자는 시간을 줄이고 다른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치료를 받아야 할 불면증은 '못 자는 불면증'뿐이다.
불면증그러면 내가 불면증인지 확인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문진을 통한 진단은 전문 의료인을 찾아가는 것이 좋다. 우선은 어떤 관점에서 불면증을 바라봐야 하는지 알아보자.
1. 잠들기가 어렵다.
2. 잠을 유지하기 어렵고 쉽게 깬다.
3. 새벽에 일찍 깨서 다시 잠들기가 어렵다.
4. 불면증으로 낮 동안의 생활이 어렵고 피로하다.
5. 밤낮이 뒤바뀌거나 수면 패턴이 흔들린다.
주로 위의 다섯 가지 범주 안에서 문제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우선 위의 범주 안에서 문제가 있다면 불면증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겠다. 수면의 총량(hours)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미국 수면학회(American Academy of Sleep Medicine)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성인은 7시간 이상의 수면이 권장된다.
불면증이 있으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 지속적으로 수면이 모자라거나 수면의 질이 떨어지게 되면 굉장히 다양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심장질환 및 사망률 증가, 고혈압, 당뇨, 중풍, 뇌졸중의 위험도가 높아지며 체중증가 및 비만, 면역기능 저하 등 다양한 신체증상이 생긴다. 보다 밀접하게는 정신적 측면의 문제들이다. 잠을 제대로 취하지 못한 날에는 업무수행능력이 떨어지고 실수가 잦아지는 것을 한 번씩은 경험해보았을 것이다. 이외에도 불면증은 우울증, 자살 및 자해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따라서 건강관리를 위해서 불면증은 반드시 치료하는 것이 좋다. 올바른 식사, 적당한 운동, 그리고 건강한 수면이 건강 유지의 핵심이다.
불면증이 있다면 한의원에서도 치료를 받을 수 있는데, 침 치료로는 귀 뒤에 있는 안면혈을 자주 사용한다. 귀 뒤에 있는 유양돌기의 뒤편에 있는데, 가벼운 불면증에는 지압만으로도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다. 또한 자율신경계의 균형을 잡아주는 혈자리나 척추 주변의 근육긴장을 풀어주는 방식으로 안정적인 수면을 유도할 수 있다.
한약치료에서는 보다 세분화하여 접근하게 된다.
불안감, 분노, 짜증, 우울감 등 감정의 상태, 가슴 두근거림, 흉통, 소화불량 등의 신체 증상들 그리고 체형이나 목소리, 맥과 흉복부의 상태에 따라 다른 처방을 사용하게 된다.
또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심부 체온의 조절이다. 인체는 심부 체온이 떨어져야 잠이 들게 된다. 따라서 심부 체온이 너무 높은 사람은 체온이 적당히 떨어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대사량이 떨어지고 심부 체온이 너무 낮은 경우에는 자다가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깨거나, 기온이 가장 낮은 새벽 시간에 깨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에는 대사량을 증진시키는 한약을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최근에 많이 나타나는 것은 생체시계의 교란으로 인한 불면증이다. 서카디안 리듬이라고 하는데, 쉽게 말해 시차 적응이 되지 않는 것이다. 생체시계를 맞추는 주 원동력은 규칙적인 식사와 일정 밝기 이상의 빛이다. 생활 교정과 함께 용골, 모려 등의 약재가 들어간 처방을 응용할 수 있다.
글 = 하이닥 의학기자 김규현 원장 (한의사)